BIOGRAPHY
저는 일상의 사소한 것들을 의미화하는 사진작가 한지민입니다.
어린 시절 해외 생활에서 느꼈던 낯섦과 개인적인 트라우마는 제 초창기 작업의 주요 소재가 되었습니다.
이후 호주에서 Fine Art를 전공하며 학부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사회 속 정체성을 사진으로 풀어내는 방식을 탐구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경험들은 제가 사회 속 젠더의 역할과 여성성의 경계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루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첫 개인전에서는 사회안에서 규정되어있는 틀 안에 벗어난 사람들의 삶에 대한 질문 중심으로, 한국의 이태원이라는 공간에서 성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저는 제 자신에게 "진정성"이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작업의 방향성을 새롭게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개인적으로 가장 고통스러운 시기를 지나며, 감정적으로 고립된 시간 동안 저의 시선은 사회적 주제에서 벗어나 일상 속 친밀한 관계와 인물들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거리에서 무언가를 기록하려는 충동에 따라 카메라를 들었지만, 당시에는 찍은 사진들을 다시 볼 힘이 없었습니다.
내면의 상태가 호전되면서 오랫동안 쌓여 있던 사진들을 정리하며, "사소한 추구"라는 프로젝트로 발전시켰습니다. 이 작업은 도시라는 공유된 공간에서 주요 피사체가 아닌, 주변의 엑스트라에
주목합니다. 저는 이 작업을 통해, 무심히 스쳐 지나가는 풍경 속에서 우리가 흔히 간과하는 순간과 사물들이 가진 이야기와 가치를 포착하고자 했습니다.
"사소한 추구"는 2023년 부산 국제사진 포트폴리오 리뷰에서 장려상을 수상하였고, 이후 이 작업은 외부의 사소한 것들에서 시작해, 점차 지극히 개인적인 삶 속에서 발견되는 사소함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거리의 흔적에서 개인적 기억과 감정으로 이어지며, 사소한 것들이 우리의 정신과 삶에 어떻게 자리 잡는지를 탐구하는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ARTIST'S STATEMENT
『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있다.
그것들은 잊힐 때 쯤 우아한 척하며 나타나서는 인정사정 없이 끌어내려 환영의 물 속에 처넣어버린다.
위로 받고 싶지만, 보여지는 것이 전부인 세상에겐 나의 아픔은 환영 같은 무언가로만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나를 잠식시키는 이 것들은 매우 확실한 것이다.
매일 먹는 점심 식사처럼, 자기 전 휴대폰을 확인하며 한숨을 쉬는 습관처럼, 회사 앞 신호등이 바뀌길 바라는 일 같은 것들 같이.
외로움과 불안은 폭력처럼 다가오는 동시에 천천히 스며든다.
그것은 정신을 파편적으로 흩어놓고, 주변과의 연결을 서서히 지워 나갔다.
외로움을 말하는 것은 육체적인 일이었다.
몸을 섞는 강렬한 친밀감 외에 길을 가다 몸이 스치는 것, 단지 숟가락이 부딪히는 소리 같은 미묘한 접촉 같은 것 말이다.』
그 시기, 전 점점 마모되고 있었습니다. 이유 없이 찾아오던 무기력은 점차 잦아졌고, 결국 저를 잠식했습니다. 머릿속은 과거의 불청객 같은 기억들로 꽈리를 틀었고, 저는 고립감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썼습니다. 저는 특별한 계획 없이 카메라를 들었고, 돌과 나뭇잎, 빛 그리고 내가 살고있는 도시, 서있는 길 위에 작은 것들을 찍었습니다.
그렇게 수년간 촬영해 온 거리 사진을 정리하며, "사소한 추구"라는 프로젝트로 발전시켰습니다.
이 작업은 거리 사진 속 주요 피사체가 아닌, 주변의 엑스트라들이 담고 있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현재 이 프로젝트는 외부의 사소한 것들에서 출발해, 지극히 개인적인 인물과의 관계 그리고 일상의 순간 속에서 발견되는 사소함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는 거리의 흔적에서 개인적 기억과 감정으로 이어지며,
사소한 것들이 우리의 정신과 삶에 어떤 방식으로 자리 잡는지를 탐구하는 작업입니다.
시각적으로, “사소한 추구"는 도시라는 "밖"과 개인적인 이야기 속 일상이라는 "안"으로 동시에 확장되고 있습니다. 저는 야외 풍경과 인물 사진을 기록하며, 일상의 순간들 속에서 발견한 작은 조각들을 찾아내는 작업을 이어가고자 합니다